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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단테의 신곡 | 행복하기만한 천국은 지옥이다

예전에 운영했던 블로그에서 가져온 서평. 2018.06.25

 

쇼펜하우어의 청춘 독설을 읽고, 예전에 서평에서 '나는 천국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썼던 게 생각났다.

천국은 인간의 무대가 아니다. 인간이 행복할 수 있는 건 인생이라는 현실 뿐이다.

 

 

 

 

 

동서울 버스터미널에서 서점 구경하다가 발견.

한창 세례 받겠다고 교리 듣던 시기이기도 하고,
예전에 영화 인페르노를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서 읽어봤는데 
내용이 흥미롭고 삽화도 멋있어서 구매했다.  


 

 

 

 

 

단테는 베아트리체와 베르길리우스의 인도를 받아 지옥, 연옥, 천국을 체험한다.
거의 매 장면에 구스타브 도레(프랑스 일러스트레이션의 아버지)의 삽화가 들어있어
각 장면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고뇌에 가득찬 동화책을 보는 느낌.

내세에 대한 묘사뿐만 아니라
단테가 살았던 당시 정치 상황 풍자, 그리스 로마 신화, 종교적 신념에 대한 고뇌 등의 내용이 있어 
다양한 관점에서 읽을 수 있다.

 

 

인페르노

 

지옥의 제 일층은 '변옥'이다. 특별한 죄를 짓지도 않고, 덕망도 높지만
신을 믿지 않아 지옥에 오게된 사람들이 머무르는 곳이다.
울창한 숲에 현자들이 모여 살며, 벌을 받지 않으니 살만 하다.
내가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곳은 제 1층 변옥이다. 
제 2층부터는 말그대로 우리가 생각하는 지옥이 시작된다.

연옥 : 
연옥은 지옥에도, 천국에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이 가지만 
천국에 가기 위해 쉴 새 없이 떠돌아다녀야한다.

천국 : 
단테가 그린 천국은 사랑, 빛, 지혜가 가득한 곳이었다. 
빛이 쏟아지고, 천사들이 날아다니며, 하나님의 지혜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천국에 가면 과연 계속 행복할 수 있을까?
볼프 슈나이더의 '진정한 행복'에서 본 이 문장이 인상깊었다.

 

행복하기만한 천국은 지옥이다

 

 

 

보통 천국에 가면 행복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하루하루 행복한 일상이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결국 그것만큼 지루한 것은 없을 것이다. 

고통과 절망이 찾아올 때 괴로움을 느끼지만, 
결국 돌아보고나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슬픈 기억들이다. 
심지어는 제 스스로 아름답게 포장하기까지 한다.
행복한 일상들은 공기처럼 여기면서도, 불행한 기억들은 곧잘 꺼낸다.

우리는 불행을 회피하고 싶어하지만,
사실 인생을 입체적으로 만들어주는 건 
굴곡진 행복과 불행의 반복이다.

행복하기만한 천국도, 괴롭기만한 지옥도, 떠돌기만하는 연옥도 싫다.  
만약 선택권이 있다면, 신을 믿지 않아도 선한 사람들이 머무는 변옥에 머물며
현세에서 그런 것처럼 사람들과 교류하며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일상을 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