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16일 완독
미생은 바둑을 화두로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나도 어렸을 때 바둑을 배웠었다.
어린 시절에는 바둑이 그저 똑똑함을 겨루는 스포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승부에서 이기고 지느냐에 더 매달렸고, 지면 괜히 분했다.
한 번은 선생님께 매우 혼난 적이 있었다. 내가 지고 나서 심통이 나, 승부가 끝나고 내 돌을 치우지 않고 딴 짓하고 있던 걸 선생님이 보신 거다.
평소에는 친절하시던 선생님이 얼굴을 벌겋게 붉히시며 혼내셨다. 승부 이전에 예절을 지켜야 한다고, 바둑은 나 혼자만 두는 게 아니라 상대와 함께 판을 짜는 거라며 혼을 내셨다. 승부가 끝나면 이기고 지는 것과 상관 없이 나와 함께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룬 상대에게 예의를 보이고, 존중해줘야한다고 하셨다.
이런 얘기를 초등학교 2학년 때 들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진 것도 분한데 선생님이 호통 치셔서 억울함 반 속상함 반으로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미생'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미생의 주어는 누구일까? '나'?
김대리가 장그래에게 '우리는 팀'이라며 4개의 돌로 한 집을 완성시킨 걸 보여줬을 때 장그래가 "'미생'이군요."라고 말한 부분에서, 생은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임을 깨달았다.
바둑도, 인생도 결국은 자신이 처한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가기 위해 한수 한수 이어가는 게임이다.
하지만 그 끝에 뭐가 있는 지는 다르다. 바둑의 최종 목표는 상대방과의 승부에서 이기는 것이라면, 인생의 끝에는 이기고 지는 게 없다. 그 과정 속에 승부가 있을 뿐, 결국 남는 것은 나와 함께 대국을 치룬 이들이다.
나는 나와 승부를 겨루고 있는, 국면을 치루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의와 존중, 진실로 대하는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인생에 그냥 두는 수는 없다. 모든 수에는 의도가 담겨 있다. 만약에 아무 생각 없이 두었다면 자기 기만이고 상대 기만일 수 있다.
오늘 본 미생은 삶에 대한 조언도 있었고, 나를 돌아보게 하기도 했다.
나 자신에게도, 인생에도 조용한 울림을 주는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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