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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서평] 훅(hooked) - 니르 이얄 / 사용자를 앱의 노예로 만들고 싶다면?

Photo by Daniel Lincoln on Unsplash

 

"IT의 부두술사"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에는 좀비를 부리는 부두술사가 있다. 물론 실제로 부두술을 쓰는 것은 아니다. 부두술사는 복어 독을 투여해 살아있는 사람을 가사 상태에 빠지게 한 뒤, 독말풀과 타란툴라 독으로 정신착란을 일으킨다. 이렇게 해서 멀쩡한 사람을 좀비로 만든다. 

 

일반적으로 좀비는 '살아있는 시체'를 말한다.

 

아이티 부두술사가 좀비를 만들 듯이, IT 기업도 사용자를 좀비로 만들 수 있다. 

 

 

 

"사용자를 앱에 빠져들게 하는 방법: 습관"

 

훅의 비즈니스 모델은 4가지 단계로 나뉜다. 

 

 

source: product plan

 

'계기 - 행동 - 가변적 보상 - 투자'

 

이 4단계를 지배하는 자가 사용자의 습관을 지배한다. 훅 모델은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는 습관을 들게 해서 앱을 계속 사용하게 한다. 

 

 

1. 사용자가 앱을 사용하는 '외적 계기'와 '내적 계기'를 알아낸다.

 

외적 계기는 푸시 알림이나 친구 추천 등 사용자 외부에 요인이 있다. 반대로 '내적 계기'는 사용자의 감정에서 온다. 사용자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서비스를 해결책으로 제시하여 사용 계기를 만들 수 있다.

 

 

2. 행동은 쉬워야 한다.

 

그런데 앱을 사용하는 데 장애물이 많다면 어떻게 될까? 인스타그램을 켤 때마다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고, 하루에 한 번씩 꼭 사진을 올려야 한다면? 아무리 인스타그램이라도 짜증 나서 핸드폰을 던지게 된다. 앱 사용이 습관화되려면 '행동'이 매우 쉬워야 한다.

 

 

3. 가변적 보상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계기와 행동으로 피운 불씨를 불길로 만들려면 '가변적 보상'이라는 기름이 필요하다. 단순히 보상만 주는 게 아니라 사용할 때마다 다른 보상을 주어야 한다.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다. 보상을 얻으려 함과 동시에 이번엔 어떤 보상이 주어질까 매번 앱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4. 투자로 사용자를 묶어둔다.

 

사용자가 앱에 정신적, 육체적, 시간적 비용을 투자하면 충성도는 높아진다. 트위터의 팔로워 수, 당근마켓의 매너 온도, 브라우저의 북마크 등 사용자가 앱에 들였던 모든 노력은 앱에서 떠나기 어렵게 만든다.

 

이것이 훅 모델의 핵심이다. 이 뒤에도 기업이 지켜야 할 윤리, 사례 연구 등 내용이 더 있지만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기획자든 아니든 '훅'을 알면 좋은 이유"

 

사용자는 처음에 특별한 목적을 두고 앱을 설치한다. 특정한 계기가 없는 한 필요한 순간만 사용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기획자, 마케터는 사용자가 늘 자신의 서비스를 원하고 사용하길 바란다. 자기 전 우리가 아무 이유 없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보는 것처럼. 훅은 사용자를 그런 상태로 만들 수 있는 모델이다. 만약 출퇴근길 전철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앱을 켜본 경험이 있다면 자신도 이미 'hooked' 된 것이다. 자신이 기획자고 사용자를 서비스에 빠져들게 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을 이유가 충분하다.

 

반면, 이런 비즈니스를 만들 필요가 없는 사람도 훅을 알아야 한다. 이 글은 '사용자를 좀비로 만든다'라는 섬뜩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훅에 걸린 사용자가 의식 없이 앱을 사용하는 모습이 좀비와 같아서 그런 비유를 해보았다. 한편, 저자도 훅을 악용하는 기업이 있을까 봐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저자는 마지막에 서비스는 사용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며 기업의 윤리를 강조한다.

 

서비스를 개발하는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내가 사용자를 좀비로 만드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걸까'라는 죄책감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저자가 말한 '사용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서비스는 괜찮다'라는 말이 합리화의 근거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앱이라도 사용자가 너무 의존한다면 좋은 것이 아니다. 도구를 사용해야지, 도구에 휘둘려선 안 된다. 훅 모델을 안 뒤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마다 습관처럼 앱을 켜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마치 뇌와 손이 조종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기분이 찝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훅 모델을 적용한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앱에 중독되지 않은 사용자가 되고 싶었다.

 

 

초기만자 니르 이얄의 '초집중' 책

 

 

여러 앱의 좀비가 된 내 모습을 자각하게 된 후, 나는 훅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을까 찾아보았다. 그러다 Yes24에서 '중독'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하니 니르 이얄의 '초집중'이라는 책이 나왔다. 그렇다. 저자인 니르 이얄은 '훅' 다음으로 훅 모델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낸 것이다. 훅이 바이러스라면, 초집중은 백신이랄까. 훅을 읽게 된다면 초집중도 읽고 싶어질 것이다. 매 순간 앱에 조종당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